[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전국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 3월 31일,
전국 1500여명의 아이들이 일제고사를 안치고 체험학습을 떠난 가운데 울산에서도 48명의 아이들이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 위치한
소야골 숲속학교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저도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 제안자로서, 체험학습에 참여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 날 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했지요.
일제고사를 안치고 소풍 나온 아이들.
형아 따라 나선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서로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다 보니 처음에는 삐쭉비쭉 얌전을 빼더니
어느새 간식으로 싸온 과자를 서로 나눠 먹고 동네 개와 함께 밭에서 함께 뒹굴며 놀았지요.
얼마 안하고 지겹다고 할 것 같던 쑥 캐기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겼고, 나무로 만드는 공작 놀이에 신이 났습니다.
점수 매기기에서 자유로워진 아이들이 만든 나무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예뻤습니다.
오전을 신나게 뛰어 놀았으니 점심은 꿀맛,
이어진 숲 체험에서는 숲이 떠나갈듯 아이들 깔깔대는 소리가 메아리로 퍼져나가 따라 간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환한 안도와 생동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숲체험을 이끌어주셨던 소야골 숲속학교의 선생님은
"아이들은 물과 같다. 강요나 획일화된 시험보기와 석차로 등급이 매겨지는 학교가 아닌 어느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교육과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헤어지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한번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초등 5학년)
"체험학습 왜 왔어요?" "시험보기 싫어서요..."
"왜 싫어요?" "애들의 실력을 평가해서 차별해요. 기분 나빠요."
"학교생활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부도 하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해요."
(중학 1학년)
"일제고사 앞으로도 안 볼 거예요?" "결석으로 처리하는 건 좋은데 선생님이 불이익만 안 주면 안보고 싶어요."
(초등 5학년)
"오늘은 체험학습 왔는데 다음엔 일제고사를 쳐 볼까도 해요. 둘 다 해보고 앞으로 계속 일제고사를 칠 지 말 지 결정하고 싶어요."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일제고사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오히려 호들갑 떠는 건 어른들입니다.
일제고사 반대 서명했다고 국가공무원 위반 혐의로 수사하겠다는 경찰, 학부모의 선택권을 알려줬다고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교육청,
시험 한번 안보면 큰 난리가 날 것처럼 부산떠는 일부의(?) 학부모들.
아이들의 맑은 모습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을 보며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오늘 하루 아이들이 보고 느꼈던 맑은 하늘, 숲 향기, 부드러운 바람, 나무의 감촉, 손 쓰고 몸 쓰는 것의 즐거움,
그 모두를 ‘자유로움’의 느낌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 ‘자유로움’을 온전히 누리며 살 내일이 꼭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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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체험학습, 하루 동안의 자유로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