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학교 신축 부실
교육의 눈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얼마 전 중국 쓰촨성서 발생한 지진은 가히 대재앙이라 부를 만큼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여 국제사회에 안타까움과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수많은 피해자들 가운데 더욱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지진으로 학교건물이 붕괴되면서 함께 매몰돼 죽은 어린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다는 것이다.
무너져 내려 쌓인 학교건물 잔해를 유심히 보면 붉은 벽돌은 많이 보이는데 철근콘크리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건축에 문외한일지라도 한 눈에 학교건물의 엉성함과 부실함이 피해를 키웠음을 알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교건물은 안전한가. 최근 신설된 지 4년밖에 안 된 한 신축초등학교 교실바닥 전면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필자는 비슷한 시기 신축된 초중고 10개교에 대한 전면재조사를 요구하였고 현재 인천시교육청은 자체 조사 진행 중에 있다. 4~5년밖에 안 된 신축학교의 부실시공과 하자발생 원인을 검토하다가 이들 학교 중 상당수가 2년전 시교육청 시설과에 근무 중 신축학교 건축업자, 시공사, 감리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1억3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공무원 비리사건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갖게 되었다.
이 문제는 올해 시교육위원회 추가경정예산을 심의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 후 두 차례 그 학교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고 누가 봐도 말끔하게 지어진 신축 학교인데 들어가 보니 교실바닥 전체가 거의 다 벗겨져 있고 바닥재 이음새가 벌어져 그 사이로 먼지가 가득했다.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손으로 바닥껍질을 만지자 삶은 감자껍질처럼 벗겨졌다.
한 번 신축하면 적어도 수십 년간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공간으로 쓰이는 학교 교실바닥을 어떻게 이렇게 조잡한 재질로 시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교육청의 당시 신축 견적서에는 1㎡ 당 8만원 정도의 원목삼겹적층 푸로링으로 시공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또 다른 견적에는 3만6천원의 삼겹적층 푸로링(무늬목치장합판)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왜 두 견적서상 재질이 다르고 비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지 수 차례 물었지만 시설담당자는 '그 당시에는 원목삼겹적층이란 재질명이었다'. '총액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나중 시공자재가 첫 견적서 자재와 다를 수 있다'는 등 납득이 안 되고 시공사를 감싸려는 듯 한 말만 반복했다.
또 북부교육청은 시공사와 감리업체에 내용증명으로 공문을 보내 설계도면과 전혀 다른 '품질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저질 수입자재로 시공한 것에 대한 책임과 은폐 허위보고한 것을 지적하고 계약대로 재시공할 것, 만일 그렇지 않을 시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하였더니 며칠 후 갑자기 시공사가 주장하던 대로 원목삼겹적층 시공이 맞다 며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소위 건축전문가로 구성된 시설과 조차 하루가 다르게 말을 바꾸는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교육청의 조변석개하는 언행이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학교부실공사와 교육비리를 낳게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번 신축학교 조사를 철저히 하여 부실공사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부실시공의 책임이 건축사나 시공사에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행·재정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부실시공과 관련된 공무원이 있다면 문책도 따라야 할 것이다. 결국 학교신축에 대한 최종 감독과 책임은 교육청에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많은 개발에 따라 2020년까지 188개교 신설수요가 있고 약 4조7천억원이 소요 될 예정이다. 그래서 최근 개발지역 내 학교신설과 비용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학교를 '공공시설'로 법제화하고 수요에 맞게 적기에 학교를 신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 학교를 신축하더라도 백년을 바라보고 내 집을 짓는 마음으로 제대로 지어야 한다.
다시는 건축업자 입에서 '학교공사가 가장 쉽고 만만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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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학교 신축 부실 (인천일보 칼럼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