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학교급식-금품으로 저급재료 입막음
긴급진단-위협받는 학교급식 ① 뒷돈 비리로 얼룩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학교급식 비리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도내 교육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경찰은 도내 축산업계 2위 급식납품업체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무려 200여 명을 조사했고, 이 중 100여 명의 교직원 뇌물비리를 들춰냈다. 도내 학교급식과 관련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였다. 무엇보다 납품업체가 어떤 수법으로 저급의 식재료를 수많은 학교에 공급해왔는지 낱낱이 밝혀지면서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서 어떤 급식을 먹고 있을까. 본지는 소문만 무성했던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5회에 걸쳐 심층보도한다.
“꽁꽁 얼린 소고기를 선풍기로 녹여서 납품을 하니 조리를 하려고 들어보면 물이 줄줄 떨어져 이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먹여야 할지 열불이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지난 11일 구속된 김모(43·여)씨가 운영하고 있는 도내 A축산업체로부터 식재료를 납품받고 있는 학교 급식소 아줌마의 이야기이다. 이 아줌마는 경찰조사에서 “고기가 안 좋을 때 교장, 행정실장 등에게 이상하다고 보고를 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A업체는 도내 학교들과 2등급 이상 축산물을 납품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지만 이익을 많이 남길 욕심에 저품질을 아이들에게 공급해왔다. 학교에 납품하기로 한 좋은 고기는 음식점 등 다른 데로 빼돌렸으니 물량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업체는 소·돼지고기 도축량이 모자라자 타지 도축업체에서 구입한 품질이 낮은 축산물과 이전에 얼려놓은 저등급 냉동육을 선풍기 바람으로 녹여 실제 공급해야 할 축산물과 7대 3의 비율로 섞어 납품했다.
도내 초·중·고등학교 70여 곳과 납품계약을 맺고 지난 2008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여 동안 이런 수법으로 축산물을 공급하면서 매월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업체는 축산물의 도축량과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검수시스템의 내용을 영양교사들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도용해 이력까지 수정·삭제하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축산물을 계속 팔아넘겼다. 업체로부터 현금과 선물세트 등 64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이 교장, 행정실장 등에게 뿌려진 점을 미뤄 볼 때 해당 교직원들이 저등급 식재료 납품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하며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 학교에 유통한 질 낮은 축산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상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피해는 아무 것도 모르고 급식을 먹어온 수천여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 셈이다.
도내 모 사립학교에서는 재단이사장이 급식업체를 운영하면서 저가의 식자재를 사용해 5년 동안 17억여원의 이익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 중 65% 이상을 식재료 구입에 쓰도록 교과부 급식지침에 규정하고 있지만 재단이사장은 45~55%를 지출해 거액의 이익을 남긴 것이다. 급식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도내에서는 전체 949개 학교, 51만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식을 실시했으며, 이 중 95%가 직영, 나머지 5%는 위탁 운영됐다.
김호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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