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교 불법찬조금 조성사건이 주는 의미
2010년 새해를 맞이할 때 새로운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연초부터 터지기 시작한 교육계의 전방위적 비리소식을 접하면서 희망을 가졌던 그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대원외교의 수십 억대에 이르는 불법 찬조금 조성 보도를 보고 억장이 무너져 솔직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 나라가 어찌 되려고 썩어도 이렇게 썩었단 말인가? 80년대 목이 터져라 외쳤던 그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아무런 의식이 없다. 뚜렷한 국가관도, 역사관도, 교육관도 아무 것도 없다. 정말 통탄할 지경이다. 이 사태를 어찌 다 해결할 수 있을까? 대원외교 전체 교원 65명 전원이 모두 학부모로부터 금품이나 식사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니 무슨 희망이 있으며 이제 더 이상 교육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슬프고 아픈 마음을 억누르면서 사건의 개요를 적어본다. 서울 대원외국어고가 학부모들로부터 연간 평균 7억여 원의 불법찬조금을 걷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4월 2일 “대원외고가 최근 3년(2007~2009년) 동안 학부모 대표들이 중심이 돼 21억2850만원의 불법찬조금을 걷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불법찬조금은 학부모들이 관리하면서 교사들의 야간 자율학습 감독비·회식비·선물비 등의 명목으로 교장·교감·교사에게 전달됐다. 시교육청 정동식 감사담당관은 “돈을 걷은 주체는 학부모이지만 불법인 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돈을 받아 쓴 학교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것 외에 돈을 걷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시교육청은 “대원외고 학부모들이 학년 초마다 학생 1인당 50만원씩(2007년엔 60만원)의 찬조금을 걷었다”고 설명했다. 이 돈은 3년간 자율학습 감독비(2억4660만원), 스승의 날과 명절 선물비(4500만원), 교사 회식비(1137만원) 등으로 교직원에게 3억 2970만원이 전달됐다. 학생 간식비와 논술 및 모의고사비, 학생 단체복 구입비 등에도 16억3353만원이 쓰였다. 나머지 1억9200만원은 학부모들이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하지만 이 중 4200만원만 학교발전기금 회계에 편입됐고 1억5000만원은 교장과 행정실장이 자의적으로 협의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으로는 시교육청에서 밝힌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보도 내용을 인용하도록 하자. 교육청이 감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부실 감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감사에서 드러난 대원외고 불법 찬조금 모금 실태가 지난달 대원외고 학부모의 제보를 받아 학부모 단체가 제기한 의혹보다 대부분 ‘축소’됐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학부모 1인당 연간 84만~167만원씩 찬조금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시교육청은 60만~1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시교육청은 “찬조금 중 300만원이 ‘대학교와 (유착) 관계 유지비’로 쓰였다”는 학부모의 주장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만 했다. 시교육청이 학부모 대표 단 4명만을 조사한 점도 ‘부실 감사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원외고 학부모 학년 임원은 3년간 같은 학부모가 줄곧 맡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와 입장이 비슷한 학부모들만 조사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감사원, 경찰,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 학교는 졸업생 5명 중 4명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합격하고 국제반(100여 명)의 절반 이상이 미국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합격해 최고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명문대에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의를 가르치고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하게 하는 것이다. 미래에의 꿈을 가지고 굳은 결심으로 입학했을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커녕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심을 상실한 해당 교사들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오직 자기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는 극단적 이기심에서 부정의 돈을 건넨 학부모들도 용서할 수 없는 공범들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의식도, 철학도 없이 부정부패와 결탁하는 교사들과 일부 학부모들이 존재하는 이 한국의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플 뿐이다.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시일을 천연시키지 말고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대원외고의 허가를 취소하든지 아니면 보다 그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기초로 전국적으로 수사를 과감하게 해야 한다. 부정부패는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위화감을 조장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표현체이다. 과연 이렇게 자기 자식만을 위해 “광분”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에서 국제중, 외고, 특목고 등이 과연 존재필요성이 있는가? 평준화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마당에 영재, 수재 등 소위 공부 잘하는 예들만을 위한 이러한 특수한 학교를 만들어 어찌 하겠다는 것인가? 아예 평준화를 없애 학교별로 특성화를 시켜 자신의 능력과 꿈 그리고 재능에 따라 배치하여 미래를 꿈꾸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인 아닌가?
이런 식으로 방치할 경우 교육계는 썩은 냄새로 그 끝을 모르는부패의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교육계에 대한 감사제도를 강화하고 부정이 드러난 교원들에게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논리로 엄중한 처벌을 감행하여야 한다. 아직 현장에는 교육에 대한 철학으로 학생들에게 정의감을 심어주고 있는 교사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그냥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면 과연 이 나라의 미래에 희망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진 대통령 이하 현 정권의 담당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출처] 대원외고 불법찬조금 조성사건이 주는 의미|작성자 cw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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