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학시험 뒤 채점이 끝나면 꼭 보도되는 고득점자 관련 보도를 올해부터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는 아우성이 인터넷에서 시작됐다. '수능 1등'들이 거의 매년 반복하는 "과외는 하지 않고 학교 공부 위주로 공부했어요"와 같은 대사를 더 이상 듣기 싫다는 것이다.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서는 '수능 고득점자 기사화 이제는 그만!'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에 시작된 이 서명운동에는 17일 오전까지 1250여명이 서명했다.
"수능 뉴스 본 뒤 죽어간 청소년도 적지 않다"
이 서명운동을 제안한 <미디어 다음> 별명 '좋은씨앗'은 '학원은 다니지 않고 학교 공부와 교육방송만 청취해 수석을 차지했다는, 이제는 TV코미디 프로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줄줄 외는 학생들'이라며 언론의 수능 고득점자 보도를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은 12년의 인생이 헛되었다는 것이냐"며 "그런 뉴스를 보며 자신의 점수가 좋지 않음을 한탄하고 실패한 인생이라 좌절하며 죽어간 청소년도 적지 않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수능 고득점자 보도 자제를 촉구했다.
▲ <미디어 다음> 아고라 '수능 고득점자 기사화 이제는 그만!' 제목의 <미디어 다음> 네티즌 청원에 달린 서명 댓글들.
ⓒ2006 <미디어다음>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너의미소'는 "정말 수능 망친 사람들은 상처받고, 왜 그런 소수의 고득점자들이 기사화돼 다수의 많은 학생들은 더 상처받아야 하느냐"고 거들었다. '호로비츠신의재'는 "그런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시험 잘 본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잘 못본 사람은 얼마나 기분 나쁘겠냐"고 푸념했다.
또 사교육 열풍이 거센 현실에서 '학교 공부에만 충실했어요'와 같은 '수능 1등'들의 공부 비결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빗발쳤다.
'우하하하'는 "수능 전국수석·차석이나 명문대 수석으로 입학한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하는 '과외 안 하고 교과서 위주로 수업에만 충실했고, EBS강좌 어쩌구' 하는 게 거짓말인 건 온 국민이 다 안다"고 매년 거의 같은 수능 고득점자 보도의 진실성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가을바람'은 "사교육비 쏟아부어 만들어지는 고득점이 태반이지 않느냐"며 "그런 고득점에 조금도 찬사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고득점자 보도 자체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들에 대해 '자기합리화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늦지 않았다'는 "고득점자들도 그만큼의 노력으로 그런 결과를 얻어 기사화되는 것 아니냐"며 "단지 자기합리화를 위해 (수능 고득점자 보도를) 보고싶지 않다고 하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대입 보도강령' 올해엔 잘 지켜질까
교육부를 취재하는 각 언론사 기자들이 속해있는 출입기자단은 지난 1997년에 '대학입시 보도강령'이라는 것을 만들어 지키기로 결의하고 이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 강령은 이른바 '점수로 줄세우기'식 입시보도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국·영문 머리글자를 포함해 단위 고교별 및 특정 기초자치단체별 대학 합격자 수 ▲대학의 전체·계열별 수석 합격자 ▲수능 수석(만점자는 예외) ▲수능 점수대별 지원가능 대학 예상 표 ▲수능 총점·영역별 점수의 등락 예상 폭 등 5가지는 보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공식발표하지 않는 수능수석과 명문대 수석합격자에 관한 기사의 빈도와 규모는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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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고득점자 기사는 이제 그만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