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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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15:0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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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공개반대 |
 “앗싸.hwp (23.5 KB), Download : 238 |
 잠들면 안돼! 내일 모레 시험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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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안돼! 내일 모레 시험이잖아!”
최양희
“앗싸! 신난다. 내일 시험이다.” 글 첫 머리부터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소리.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게 될 학교 시험을 앞두고 들떠서 올해 초등학교1학년이 된 우리 집 셋째 단홍이가 머지않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게 될 말을 멋도 모르고 내 뱉은 것이다.
“단홍이는 그렇게 시험치고 싶어?”
“응, 100점 받으면 뭐해줄꺼야?” 하면서 언니 일본어 교재 사러 서점 갔다가 사온 1학년2학기 총정리, 길쭉하게 생긴 문제집을 거실에 펼쳐 놓고 업드려 풀고 있다.
학교 마치고 엄마가 집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사교육현장을 전전하고 있는 우리 집 막내.
아무것도 모르고 시험치는 날을 기대하고 있는 초등1학년과 달리 올해 고1이 된 우리 집 장녀는 중간고사성적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반 아이들이 서로 시험지를 맞춰보는 것을 옆에서 듣고와서는
“이번에 나름 열심히 했는데 수학이 지금까지 나온 성적 중에서 제일 못 친 것 같아.” 고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게 아닌가?
“여름방학 학교보충수업을 안 해서 그런가? 내 머리가 정말 나쁜가? 어떻게 나 보다 공부 안한 애들이 더 성적이 좋지?” 콧물까지 흘린다.
저녁 먹고 커피 한 잔 할려고 거실에 앉았다가 장녀의 갑작스런 통곡에 당황하여 커피향을 맡아가며 커피를 마실 수가 없었다. 성적 때문에 한번도 울어본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시험기간에 반 애들이 집에서 시험공부 하나도 안 하고 TV 봤다고 하는 말을 믿고 있는, 학년은 고1이지만 정신연령대는 아직 중2 수준이 우리 집 장녀가 고등학교 가더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괜찮아, 그 애들은 아마 집에서 열심히 했을거야. 그리고 아직 1학년인데 기회는 아직 많이 있어. 그리고 너는 다른 애들이 갖지 못한 다른 재능이 있잖아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하면 돼.”
“수학교과서에서 나온 문제는 다 맞췄는데... 다른 문제는 흑흑...”
지금까지 학원, 과외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가끔 EBS방송을 활용해서 공부를 해왔는데.. 남들이 하는 수학과외를 시켜야 하나....
별로 크지도 않는 눈이 울어서 퉁퉁 부었다. 실컷 울고나서 큰 애와 방법을 강구했다. EBS 수학, 국어 2학기 교재를 사서 그동안 띄엄 띄엄 들었던 방송을 매일 듣기로 하고 이해 안가는 문제는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기로 하고 큰 애를 달래고 나는 yes24에서 책을 주문했다.
밤은 깊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시험을 보고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막내 단홍이가 푼 문제집을 채점 하는데 벌써 기말고사문제까지 다 풀었다. 곧 겪게 될 서열경쟁에 상처를 받게될 어린 마음을 생각하니 내 눈앞도 흐려진다.
일제고사 성적 공개, 수능성적 공개로 한반도 남쪽에서 살고 있는 모든 학생들을 서열화 하여 우등생, 열등생으로 구분 짓고, 학부모들은 생활비를 줄여서 사교육을 시키지만 도저히 강남인들을 따라갈 길 없고, 1%의 우등생을 위해 나머지 99%의 학생들과 99%의 학부모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아랑곳 않고 특목고는 두고 외고가 문제라며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해야한다고 한다.
“이젠 자율형 사립고를 미리 준비하세요 .” 라고 이제 아예 정부가 나서서 광고를 한다. 자율형 사립고를 성적순으로 뽑지 않겠다고 하지만 특목고도 처음에는 그렇게 출발했다.
이젠 특목고, 자율형사립고를 준비하기 위해 초등학생들부터 사교육시장에 젖어 살아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중요한 요인이 아닐수 없다.
즉, 입에도 올리기 싫지만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똑똑한 1% 에게 특별대우를 해주었고 나머지 99%는 뒤쳐지는 아이들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것이다.
단지 수능점수만으로...
다음달 12일이면 한 번의 시험으로 한숨과 고통이 이 나라를 뒤 덮을테고,
아이들 성적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집도 점점 늘어나고 성적 때문에 부모와 아이의 갈등도 더 심해질텐데...사교육시장은 갈수록 번창하고, 가정경제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이를 부추기는 주범이 정부라니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다. 하지만,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부에게 국민들이 혹독한 심판을 내릴거라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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