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전국 단위 일제식 학력평가가 10년 만에 치러지면서, 초등학교에서 10년 전에 사라진 ‘월말고사’가 부활하고, 중학교에서는 7교시가 의무화되는 등 교육 현장이 성적순 줄세우기식 교육체제로 되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부산 ㄱ초등학교와 울산 ㄴ초등학교에선 새 학기 들어 ‘월말고사’가 부활했다. ㄱ초 관계자는 “2학년부터 월말고사를 치르기로 했는데, 4학년까지는 국어·수학·사회·과학을, 5·6학년은 영어까지 포함해서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산 ㄴ초 역시 교장이 일방적으로 월말고사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해 중1 대상 진단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한 울산은 지난 2월 교육청이 나서 졸업을 앞둔 6학년들을 대상으로 진단평가에 대비한 ‘족집게 문제집’을 나눠주고, 새 학기에 중학교 교사들을 통해 문제집 풀이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혀 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 관계자는 “울산은 방과후 학교 참여율 목표치를 60%로 제시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일선 학교들이 이렇게 시험을 늘리고 방과후 학교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2010년부터 시작되는 학교별 성적 공개의 영향이 크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장은 “성적이 교장 인사에까지 반영되는 만큼, 이제 ‘성적 올리기’가 유일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과 대구지역 중학교에선 학교 쪽이 사실상 강제로 7교시까지 수업을 하도록 해, 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시간표가 바뀌는 소동을 겪었다. 전교조 인천지부의 말을 들어 보면, 이 지역 중학교들은 학기 초에 7교시 보충수업을 하겠다며 일제히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6교시 정규수업 뒤 7교시에 국·영·수·사·과 등 이른바 주요 과목을 돌아가며 배치한 것이다. 인천 ㄷ중 김아무개 교사는 “희망서를 배포하긴 했지만 신청을 안 해도 무조건 남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중학교 7교시와 0교시가 부활했다. 대구 ㄹ중 한 교사는 “교육청 역점사업인 ‘아침 10분 독서’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이 시간에 문제풀이를 한다”고 전했다.
경기 ㅁ중학교에서는 새 학기부터 ‘열공반’(열심히 공부하는 반)이 생겼다. 학년마다 성적순으로 20~30명씩 뽑은 사실상의 ‘특목고반’이다. 중3은 7시30분 등교해 밤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기로 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학력평가의 취지가 기초학력 미달자를 선별해 지도하겠다는 것인데, 교장이 ‘못하는 애들 시켜 봤자 소용이 없다’며 우수자 중심의 특별반을 꾸렸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일제고사가 계속되는 한, 학교 현장이 시험 대비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0교시·강제 야간 자율학습 등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며 성적을 올리는 것이 진정한 공교육 강화인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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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고사·7교시 ‘초·중생 잔혹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