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다시 시작하게 될지라도…
(거제 참학 창립 10주년에 부쳐)
한중권(참교육 학부모회 경남지부장)
참학 거제 지회가 열 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로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가늠하곤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이제 촌음을 다투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유행하는 노래가 귀에 익기도 전에 새로운 노래가 나오고, 어제 이름을 날렸던 사람들은 내일이면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새로 산 물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식이 되어버리는 그런 가벼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백년 지 대계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은 한결같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백년은커녕 단 몇 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고 그때마다 온 나라가 몸살을 앓게 됩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결같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학교 울타리 안에서의 큰 변화 없음은 한편으로는 우리가 나서서 변화시켜야 할 하나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입시교육의 굴레를 쓰고 공부벌레가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빈부의 차이가 교육의 질과 삶을 결정함으로써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을 서열화 시키는 곳으로 전략해가고 있습니다. 10년 전 참학 거제지회 회원들이 잘못된 교육을 바꿔보고자 뜻을 모았을 그 때보다 오히려 더 혼미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너도나도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손안으로 모아 쥐고 있는 그 작은 불빛에 담은 진심은 무엇일까요? 어른들은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길로 우리를 끌고 가야만 하는지요? 어린 아이들은 그렇게 침묵으로 아우성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의 현실이 아득할지라도, 처음처럼 한 걸음씩 다시 시작하게 될지라도 우리에게는 포기할 수가 없는 일이 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참학 거제 지회 회원님들의 밀알 같은 노력들이 거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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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다시 시작하게 될지라도...(거제참학 창립 10주년에 부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