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집을 방문하거나 친척집을 가게 되면 그 댁 아이들을 인사 시킨다.
그러면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으레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하고 말하곤 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세대 이전의 모든 부모들은 아마 비슷한 말을 할 것이다.
어릴 때 내가 공부를 잘했던 못했든 우리 마음속엔 어른인 내가 경험칙상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진리(?)을 말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돌이켜 보면 가난한 집안에서 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학업에 열중하여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최고의 효도였다.
또한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의 자식으로 신분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만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이런 사실로 인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경쟁을 부추기고 출세 지향적 사회관을 심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아이가 학습에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공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쩔수 없는 심정으로 혹은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아이에게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면 된다며 새로운 교육관을 갖기 위해 고심하게 된다.
이렇게 기대와 낙심속에 자녀를 키우다 보면 모든 교육적 결과는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돌아온다.
맞벌이 하지 않고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 했으면.. 혹은 경제적으로 일찍 자립하여 원하는 과외를 시키고 공부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 그러다가 밥은 먹고 살겠지.. 등등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어찌 개인인 부모의 잘못인지 곰곰이 따져 보자.
개인의 노력과 성공을 향한 경쟁은 어느 정도 불가피 하다고 하지만 우리 자녀들이 모두 학교에서 1등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공부도 어찌 보면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사회는 다른 재능보다 유독 공부 잘 하는 재능만이 선택을 받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집안 형편상 소위 일류대가 아닌 대학에 장학금을 받으며 진학했다고 하자, 장차 그 아이가 사회에 나오면서 받게 될 불이익은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경쟁과 자율을 외치는 것은 승자에겐 확신과 여유로움이겠지만 승자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자에겐 절망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원화되고 수많은 계층이 조화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사익과 공익의 조화로움을 위해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정책을 통해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 국가가 권력의 집중을 통해 국민각자에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약육강식의 경쟁만을 강요하는 정책을 편다면 그 사회는 문명을 가진 민주적 공동체가 아니라 지배 계층의 질서 유지를 위한 전 근대적 사회일 것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 마을을 찾은 부모들에게 “세상이 달라졌다. 출세한 사람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키우자” 고 말하고 나서 답답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세상을 꿈꾸었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빠른 산업화와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민주적 제도의 답습은 가능하지만 주체인 민주시민으로서 자질과 함양은 아무래도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민주적 사회에 대한 열망은 크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그런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사회 구성의 최소단위인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를 벗고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는 민주적 가정 질서를 도외시 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중에 정말 아이를 배려하기보다, 부모의 욕심이 앞서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의 여유를 가지기를 독려하지는 않았는지?
세상은 정말 그저 이루어지는 공짜는 없다.
더욱이 그 가치가 숭고한 것일수록...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일시적 후퇴는 있을지라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민주적 시민으로서 자기의 존엄을 믿게 하는 교육이 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지속될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손바닥 뒤집듯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민주시민으로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지도 알려주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작은 발걸음도 크게는 내 아이가 살아야 하는 세상을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자.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소중하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너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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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말을 해야하나?
